소녀들은 동전과 함께 사라졌다

1971년, 서울. 버스마다 열여덟 살쯤 된 소녀가 한 명씩 타고 있었다. 만원버스 문에 매달려 "오라이"를 외치고, 승객에게 요금을 받고, 잔돈을 거슬러 줬다. 그리고 하루 운행이 끝나면, 소녀는 회사 앞에 줄을 서서 몸수색을 받았다.

회사가 소녀의 몸에서 찾던 것은 동전이었다. 하루 동안 승객에게 받은 잔돈 몇 닢. 그해 전국의 버스 안내양은 33,504명, 대부분 열여덟 살 안팎이었다. 동전 몇 닢 때문에, 매일 밤 열여덟 살의 몸수색이 되풀이됐다.

소녀들은 시골에서 올라왔다

버스 안내양이라는 일은 1961년에 처음 생긴 게 아니다. 기록을 거슬러 올라가면 안내양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28년까지 닿는다. 1961년 8월에 정부가 다시 들인 것은 '여차장제'였다. 남자 차장이 앉던 자리를, 더 어리고 임금이 더 싼 여성이 채웠다.

대부분 시골에서 막 올라온 소녀들이었다. 초등학교나 중학교를 마치고, 집에 돈을 부치려고 버스에 올랐다. 일은 단순해 보였다. 문을 열고 닫고, 요금을 받고, 정류장을 외치는 것. 그러나 버스는 늘 만원이었고, 소녀는 출입구 손잡이에 매달린 채 달렸다.

1975년 서울시 조사에서 안내양의 하루 노동은 18시간 27분이었다. '이틀 일하고 하루 쉰다'는 서울시가 내건 모범 기준일 뿐, 현장에서는 한 달에 서너 번 쉬는 게 고작이었다. 1982년과 1983년 부산에서 안내양을 조사한 자료에서는 대상의 85%가 요통을 앓고 있었다. 종일 흔들리는 버스 출입구에 매달려 있던 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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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수색의 진짜 이유는 돈이었다

버스 한 대의 하루 매출은 전부 소녀의 손을 거쳤다. 동전은 소녀의 주머니로 들어갔다가, 밤이 되면 회사로 넘어갔다. 그러니 회사는 한 푼이라도 새어 나갈까 의심했다. 받은 요금을 빼돌린다는 의심, 속칭 '삥땅'이었다. 그래서 일과가 끝날 때마다 몸을 뒤졌다.

의심 밑에는 돈이 깔려 있었다. 안내양의 월급은 1974년에도 많아야 한 달 1만 5천 원이었다. 같은 해 짜장면 한 그릇이 200원이었으니, 한 달을 꼬박 일해도 손에 쥐는 게 적었다. 가장 적은 돈을 쥔 사람을 가장 깊이 의심하는 구조였다.

소녀들이 처음으로 함께 견디기를 멈춘 것은 1964년 1월 16일 새벽 두 시였다. 한 버스 회사 합숙소에서 안내양 일흔네 명이 한꺼번에 빠져나왔다. 요구는 세 가지였다. 매질하는 감독을 내보내라는 것, 열여덟 시간을 일하는 품삯을 올려 달라는 것, 밥을 제대로 달라는 것. 회사는 물러서지 않았다. 1966년에는 요금을 회수권으로 바꾸면서, 동전을 숨길 자리를 없애려고 안내양의 옷 주머니를 아예 잘라 버린 곳까지 나왔다. 매일 밤의 몸수색은 사라지지 않았다.

소녀들을 내리게 한 것은 마음이 아니었다

5만 명에 이르던 안내양이 사라진 까닭을, 처우가 나아져서라고 생각하기 쉽다. 기록은 다른 쪽을 가리킨다. 소녀들의 일을 끝낸 것은 처우 개선이 아니라 기계였다.

1982년, 서울 버스에 '시민자율버스'가 등장했다. 승객이 직접 요금함에 동전을 넣는 방식이었다. 동전이 소녀의 손을 거치지 않게 된 첫 버스였다. 1984년에는 정류장을 알리는 자동 안내방송과 하차 벨이 달렸다. "오라이"도, 정류장을 외치던 목소리도 더는 필요 없어졌다. 소녀가 하던 일이 버스 한 대 안에서 차례로 기계로 넘어갔다.

매일 밤의 몸수색도 그렇게 끝났다. 회사가 지키려던 것은 처음부터 소녀가 아니라, 소녀의 손에 들린 하루치 동전이었다. 동전이 요금함으로 들어가자, 뒤질 몸도 사라졌다.

1989년 4월, 서울 김포교통 130번 버스에 마지막 안내양 서른여덟 명이 남아 있었다. 같은 해 말, 안내원을 태워야 한다는 조항이 자동차운수사업법에서 지워졌다. 버스 문은 스스로 닫혔고, 정류장은 녹음된 목소리가 외쳤다. 한때 버스마다 한 명씩 있던 열여덟 살의 자리에는, 동전을 넣는 요금함이 놓였다. 5만 명의 소녀를 버스에서 내리게 한 것은 누군가의 마음이 아니었다. 동전을 받던 일이 기계로 넘어가자, 소녀들도 함께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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