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물속으로 세 사람이 걸어 들어갔다
1986년 5월 초, 체르노빌. 세 사람이 손전등 하나에 의지해 지하 통로의 물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알렉세이 아나넨코, 발레리 베즈팔로프, 보리스 바라노프. 가슴과 발목에 선량계가 하나씩 달렸고, 손에는 조절 렌치 한 자루가 들려 있었다. 통로를 나설 때, 발전소 안의 거의 모든 사람은 세 사람이 다시 걸어 나오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로부터 수십 년 동안, 세계는 세 사람의 결말을 한 가지로 적어 왔다. 방사능 물속에 들어갔던 그들이 며칠 만에 숨졌다는 이야기였다. 그 결말은 책으로, 다큐멘터리로, 드라마로 계속 옮겨졌다. 그런데 실제로 일어난 일은 그 이야기와 달랐다.
물 위에 녹은 핵연료가 떠 있었다
1986년 4월 26일 새벽, 4호기가 터졌다. 원자로 안에서는 핵연료가 녹아내리고 있었다. 불을 끄려 퍼부은 소방용 물이 발전소 지하의 수조에 고였다. 양은 2천만 리터에 달했다.
문제는 그 둘이 같은 건물 안에서 위아래로 마주 보고 있었다는 점이다. 위에서 녹은 핵연료가 흘러내려 아래 수조의 물에 닿으면 순식간에 수증기 폭발이 일어난다. 당시 과학자들은 그 폭발이 남아 있던 다른 원자로까지 무너뜨릴 수 있다고 봤다. 유럽 상당 지역이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 될 수 있다는 계산까지 나왔다.
해법은 단순했다. 수조의 물을 빼면 된다. 다만 물을 빼려면 지하 깊은 곳에 잠긴 밸브 두 개를 손으로 직접 열어야 했고, 그 자리로 가는 길은 이미 물에 잠긴 캄캄한 통로였다.
밸브 위치를 아는 사람은 한 명이었다
아무나 보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어둠 속에서 밸브를 더듬어 찾아야 했고, 발전소 안에서 그 밸브가 어디 붙어 있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엔지니어 알렉세이 아나넨코뿐이었다. 함께 들어간 발레리 베즈팔로프가 옆을 맡았고, 보리스 바라노프는 등불을 들어 길을 비췄다.
훗날 아나넨코는 자신이 자원했다거나 영웅이 되려 했다는 식의 이야기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담담하게 이렇게만 말했다.
내가 할 줄 알았기 때문에 나를 보낸 거다. 다른 사람을 보낼 수가 없었다.
세 사람은 가슴까지 차오른 물을 헤치고 들어가 밸브 두 개를 찾아 돌렸다. 2천만 리터가 빠져나갔고, 우려하던 수증기 폭발은 끝내 일어나지 않았다.
그들은 죽지 않았다
여기서부터가 흔히 알려진 이야기와 갈린다. 오래도록 사람들은 세 사람이 통로에서 치명적인 방사선을 쬐고 며칠 만에 죽어, 납으로 봉한 관에 묻혔다고 전했다. 2019년 한 드라마가 세계적으로 알려지면서 그 결말은 더 단단히 굳었다.
그러나 기록을 따라가 보면 세 사람은 그날 지하에서 죽지 않았다. 임무를 마치고 셋 다 걸어 나왔다. '며칠 만의 죽음'은 사실이 아니라 오래 떠돈 소문이었다. 세 사람이 들어간 물의 방사선량이 알려진 만큼 높지 않았다는 정황도 함께 전해진다.
둘은 살아남았고, 하나는 한참 뒤에 떠났다
보리스 바라노프는 사고로부터 19년이 지난 2005년, 심장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지하에서가 아니라 평범한 노년의 끝에서였다.
알렉세이 아나넨코와 발레리 베즈팔로프는 살아남았다. 2018년, 우크라이나 정부는 세 사람에게 용기 훈장을 수여했다. 이미 세상을 떠난 바라노프를 대신해, 아나넨코와 베즈팔로프는 직접 단상에 나와 훈장을 받았다. 물속으로 죽으러 들어갔다고 알려졌던 세 사람 중 둘이, 그 자리에 멀쩡히 서 있었다.
죽음을 각오하고 걸어 들어간 사람들의 이야기에는 보통 비장한 마지막이 붙는다. 그런데 이 세 사람의 진짜 결말은, 밸브를 어떻게 여는지 아는 사람들이 그 일을 하고 살아서 돌아온 것뿐이었다. 비장함보다 오래 남는 건, 가끔 그 담담함 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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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 Wikipedia — Individual involvement in the Chernobyl disaster
- Sky HISTORY — The real story of the Chernobyl divers
- ANS Nuclear Newswire — Five Things You Probably Didn't Know About Chernobyl
- TheJournal.ie — The true story behind the Chernobyl suicide squad
- Ex Utopia — Hero of Chernobyl: An Interview with Alexei Ananen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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