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도, 오븐부터 손으로 만들었다

1961년, 서울 중림동. 윤태현이 자기 손으로 짜 올린 오븐 앞에 섰다. 비스킷 만드는 기계가 이 나라에 한 대도 없던 때였다. 오븐에서 크림을 끼운 과자 한 장이 나왔다. 이름은 크라운산도였다.

누구나 한 번쯤 입에 넣어 본 과자다. 그런데 이 과자가 어떻게 세상에 나왔는지, 그리고 '산도'라는 이름이 어디서 왔는지는 의외로 알려져 있지 않다.

과자다운 과자는 부대 담장 밖에 있었다

해방 직후, 한국에서 버터 향이 나는 과자는 거의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것뿐이었다. 국내에는 비스킷을 굽는 기술 자체가 없었다. 단맛이 도는 과자는 늘 담장 너머에 있었고, 그 안쪽을 들여다보는 일이 보통 사람의 몫이었다.

윤태현이 서울 중림동에 작은 과자점을 낸 건 1947년이다. 처음 간판은 영일당제과였다. 그러다 1956년에 가게 이름을 크라운제과로 바꿨다. 외국 과자를 구경만 하는 자리에서 벗어나, 그걸 넘어설 국산 비스킷을 직접 만들겠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던 무렵이었다.

오븐도, 크림 기계도 손으로 짰다

마음만으로 비스킷이 구워지지는 않았다. 우선 오븐이 있어야 했는데, 시중에 살 만한 오븐이 없었다. 윤태현은 미군 기지와 몇 안 되는 과자 공장을 기웃거리며 어깨너머로 기계의 생김새를 익혔고, 긴 터널식 오븐을 손으로 짜 올렸다.

굽는 문제가 풀리자 더 까다로운 벽이 남았다. 비스킷 두 장 사이에 크림을 똑같은 양으로 끼우는 일이었다. 이 일을 해 주는 기계 역시 어디서도 살 수 없었다. 윤태현은 크림을 자동으로 짜 넣는 충전기까지 직접 만들었다.

그렇게 1961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크림을 끼운 비스킷이 나왔다. 이름이 크라운산도였다. 본국에서 보급품 과자가 꼬박꼬박 들어오던 미군들조차 크라운산도를 더 찾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고급 과자의 원조'라는 별명이 붙은 것도 이 즈음이다.

얼마나 팔렸는지는 숫자보다 셈법을 보는 편이 정직하다. 회사 셈으로는 그동안 전 국민이 한 사람당 평균 쉰 개쯤 먹은 과자라고 한다. 다만 이 수치는 회사가 내놓은 추산이라는 점은 적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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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도'는 한자어가 아니다

이름을 들여다볼 차례다. '산도'는 한자처럼 들리지만 한자어가 아니다. 영어 sandwich가 일본을 거쳐 들어온 말이다. 일본에서 샌드위치(サンドイッチ)를 줄여 'サンド(산도)'라고 부르던 발음을, 크라운제과가 그대로 가져다 썼다. 비스킷 두 장 사이에 크림을 끼운 모양이 샌드위치를 닮았다는 뜻이다.

그래서 '산도'를 무슨 한자 뜻으로 풀어 보려 해도 답이 안 나온다. 굳이 옮기면 '샌드(위치)'를 일본식으로 자른 말에 가깝다. 이름 안에 영어와 일본어와 한글이 한 번에 겹쳐 있는 셈이다.

이름은 그 뒤로 한 번 더 뒤집힌다. 한때 크라운제과가 이름을 정확한 영어 표기인 '크라운 샌드'로 고쳐 내놓은 적이 있다. 그러자 매출이 오히려 줄었다. 사람들의 혀와 기억에 붙은 이름은 '샌드'가 아니라 '산도'였던 것이다. 결국 이름은 다시 산도로 돌아왔다. 정확한 표기로 바꿨던 정확한 해는 기록마다 조금씩 다르게 전한다 — 일화 자체는 여러 자료가 같은 이야기를 한다.

손은 사라지고, 이름은 남았다

윤태현이 손으로 짠 오븐과 크림 충전기는 지금 남아 있지 않다. 기계 한 대 없던 나라에서 어깨너머로 익혀 만든 물건들이라, 도면도 변변히 없었을 것이다. 다만 그 손에서 처음 나온 과자는 60년이 더 지난 지금도 '산도'라는 이름 그대로, 영어도 일본어도 아닌 채로 가게 매대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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