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 지 4개월 된 아파트가 무너졌다

1970년 4월 8일 아침, 마포 와우산. 산비탈에 줄지어 선 시민아파트 가운데 와우아파트 15동이 통째로 주저앉았다. 5층 건물이 비탈 아래 판잣집 위로 쏟아져 내렸다. 아파트 주민 33명이 죽었고, 비탈 아래 판잣집에서 한 명이 더 죽었다. 준공이 1969년 12월이었다. 지은 지 4개월 된 건물이었다.

4개월 만에 무너지는 집은 없다. 무너진 까닭을 따라가면 4년 전, 1966년의 서울에 닿는다.

서울시가 무허가 건물 13만 6천 동을 셌다

1966년 봄, 김현옥이 서울시장으로 부임했다. 별명이 불도저였다. 서울시가 무허가 건물을 셌다. 1967년 집계로 약 13만 6천 동이었다. 전쟁 뒤 서울로 밀려든 사람들이 산비탈과 하천변에 지은 판잣집들이었다.

1966년 가을에는 미국 대통령 린든 존슨이 서울에 왔다. 정부가 먼저 세운 계획은 김포공항에서 시내로 드는 길가의 판잣집을 함석 담장으로 가리는 것이었다. 판잣집은 헐기엔 너무 많았고, 두기엔 너무 잘 보였다.

김현옥의 답은 아파트였다. 판잣집을 헐고, 판잣집에 살던 사람들을 산비탈의 새 아파트로 올려보낸다는 계획이었다. 가난을 없애는 계획이라기보다, 가난을 다시 배치하는 계획에 가까웠다.

서울시는 3년 안에 2,000동을 짓기로 했다

1969년, 시민아파트 사업이 시작됐다. 서울시 계획은 3년 안에 2,000동, 10만 호. 잡힌 돈은 240억 원이었다. 단순히 나누면 한 동에 1,200만 원꼴이었다.

산비탈 높은 곳에 왜 짓느냐는 물음에 김현옥이 내놓았다는 답이 기록으로 남아 있다.

높은 데 지어야 청와대에서 잘 보일 것 아냐

발언의 출처는 짚어둘 필요가 있다. 기록을 남긴 사람은 손정목이다. 손정목은 와우아파트가 무너진 뒤인 1970년에 후임 시장 양택식에게 발탁돼 서울시에 들어갔고, 1977년까지 기획관리관과 도시계획국장을 지냈다. 서울 도시계획의 안쪽을 직접 들여다본 사람의 기록이라 무게가 있지만, 발언 당시의 속기록은 아니다. 김현옥의 입에서 나온 문장이 한 글자까지 같았는지는 손정목의 기록과 증언에 기대어 있다. 다만 발언의 결이 사실과 어긋나지 않는다는 점은 1966년의 함석 담장이 받쳐준다. 가난은 치워지는 게 아니라 가려졌고, 성과는 쌓이는 게 아니라 보여야 했다.

와우산 비탈의 아파트는 1969년 6월 26일 착공해 꼭 6개월 만인 12월 26일에 준공됐다. 서울시가 책정한 공사비의 절반도 안 되는 돈으로 공사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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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둥에 철근이 5개뿐이었다

사고 원인 조사에서 받침기둥이 문제로 드러났다. 설계대로라면 기둥 하나에 19mm 철근이 70개씩 들어가야 했다. 무너진 기둥에서 나온 철근은 5개 안팎이었다. 시멘트마저 모자랐다. 70이 5가 되는 동안 공사를 멈춰 세운 사람은 없었다.

와우아파트 한 동만의 일이었다면 사고로 끝났을 것이다. 사고 뒤 서울시가 시민아파트 전체를 점검했다. 405동 가운데 349동이 보수 판정을 받았다. 무너진 한 동이 예외가 아니라 평균이었다.

지은 지 4개월 된 아파트가 무너진 까닭은 산비탈도, 운도 아니었다. 6개월의 공기, 절반의 공사비, 5개의 철근 — 무너질 이유는 준공된 날부터 기둥 속에 박혀 있었다. 와우아파트 15동은 가장 먼저 무너졌을 뿐이었다.

와우산에는 나무가 남았다

붕괴 이레 뒤인 1970년 4월 15일, 김현옥이 서울시장에서 물러났다. 취임이 1966년 3월 31일이었으니 만 4년하고 보름이었다. 구청장과 설계자, 현장 감독, 건설사 사장이 구속되거나 자리를 잃었다. 김현옥은 뒤에 내무부 장관으로 돌아왔다.

서울시는 1971년부터 1977년까지 시민아파트 101동을 헐었다. 3년 안에 2,000동을 짓겠다던 계획은, 지은 것을 도로 허무는 7년으로 끝났다.

와우아파트 자리는 와우공원이 됐다. 6개월 만에 올라간 집은 넉 달 만에 내려왔고, 와우산 비탈에는 아파트 대신 나무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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